2020 야구공작소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키움 히어로즈 에디슨 러셀

에디슨 러셀, 키움 히어로즈
1994년 1월 23일생(만 26세)
내야수, 우투우타, 183cm 90kg

2019시즌 성적(시카고 컵스):
82경기 241타석 9홈런 2도루(0도실) 23타점 25득점 0.237/0.308/0.391 wRC+ 81 bWAR 0.2 fWAR 0.5

키움 히어로즈가 테일러 모터의 대체 선수로 에디슨 러셀을 영입했다. 계약 조건은 옵션 없이 보장액 53만 8천 달러. 그리 비싸지 않은 금액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는 시즌 종료까지 4달가량이 남은 시점에서 신규 외국인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최고 금액이다. 그럼에도 이 액수에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러셀은 지난 2016년 메이저리그 올스타로도 선정된 바 있는, 그리고 같은 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시카고 컵스에서 주전 유격수를 맡았던 거물급 외인이기 때문이다. 이름값으로는 역대 KBO리그 외국인 선수를 통틀어서 봐도 손에 꼽을 만하다. 무명의 저니맨 내야수였던 전임자 모터와 비교해 보면 그의 경력은 더욱 화려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KBO리그 팬들은 과거의 영광이 미래의 활약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다. 2년 전에는 LA 다저스의 주전 외야수 출신 스캇 반 슬라이크가 두산 베어스에서 처참한 성적을 남긴 뒤 방출됐고, 메이저리그 통산 b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레퍼런스 기준)이 11.3에 달하는 제임스 로니 역시 2017년 LG 트윈스에서 초유의 ‘도주 사태’를 일으키며 씁쓸한 뒷맛만을 남겼다.

그렇다면 러셀이 KBO리그에서 보여줄 모습은 어떨까. 키움은 러셀이 팀의 창단 첫 우승을 위한 마지막 열쇠가 돼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과연 러셀은 컵스를 108년 만의 우승으로 이끌었던 것처럼 키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을까. 그의 과거 이력과 현재 경기력, 그리고 2020시즌에 대한 전망을 살펴보자.


배경

플로리다주 출신의 러셀은 고졸 신분이던 2011년 아마추어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전체 11순위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지명됐다. 대학 선수를 선호하는 오클랜드가 그해의 가장 높은 순번의 지명권을 고졸 선수에게 행사한 것이다. 러셀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았음을 짐작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유망주 시절의 러셀에 대한 스카우트들의 평가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일단 좋은 운동 능력과 수비 기술을 가지고 있어 빅리그 유격수 자리를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 눈에 띈다. 또한 타석에서 평균 이상의 정확성을 보여주며, 폭발적인 배트 스피드에서 나오는 홈런 파워가 상당해 25홈런 유격수인 이안 데스몬드를 연상시킨다는 호평까지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송구 능력과 주력까지도 플러스 등급으로 분류됐다.

프로 데뷔와 동시에 마이너리그 하위 단계를 폭격한 러셀은 2013년 만 19세의 나이로 트리플 A 무대를 밟았다. 그리고 그해부터 2년 연속으로 오클랜드 팜 내 최고의 유망주로 선정됐다. 러셀의 활약은 2014년에도 이어졌지만, 그의 신변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시즌 도중 선발투수 제이슨 하멜과 제프 사마자의 트레이드 대가로 시카고 컵스에 넘어가게 된 것이다(공교롭게도 러셀과 함께 컵스로 넘어간 선수는 먼저 한국 무대를 밟은 댄 스트레일리였다). 러셀의 승승장구는 이적 후에도 계속됐다. 2015시즌 개막을 앞두고는 베이스볼 아메리카로부터 메이저리그 전체 3위 유망주로 선정됐고(MLB.com에서는 5위), 그해 4월에는 꿈에 그리던 빅리그 데뷔를 이뤄냈다.

데뷔 초 2루수로 출장했던 러셀은 2015년 8월부터 스탈린 카스트로를 밀어내고 주전 유격수로 자리를 잡았다. 두 포지션을 오가며 뛰어난 수비를 보여준 러셀의 데뷔 시즌 bWAR은 2.8. 그해 컵스 야수 중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이었다. 2016년에는 공격에서 한층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며 0.738의 OPS와 함께 21홈런 95타점을 기록했고, 생애 최초로 올스타에 선발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인상적인 장면을 남겼다. 컵스가 ‘염소의 저주’를 깨뜨리며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그해,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에서 러셀이 터뜨린 결승 만루홈런이 아니었다면 팀의 운명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승승장구하던 러셀은 2017년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오른발 부상에 시달리며 110경기 출장에 그쳤고, 출루 능력도 이전보다 다소 떨어진 모습이었다. 여기에 전처를 상대로 가정폭력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폭로되며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2018년에는 설상가상으로 타격 성적이 한층 더 하락했다.

가정폭력에 대한 4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소화한 러셀은 2019년 82경기에 출장해 OPS 0.699, 9홈런 등의 성적을 기록했다. 주루와 수비 지표가 나란히 하락하며 커리어 최초로 WAA(평균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가 음수인 시즌을 보냈다(-0.5, 레퍼런스 기준). 시즌이 끝난 후 컵스는 러셀을 논 텐더로 방출했다. 러셀은 연봉 조정을 통해 2020시즌 약 500만 달러의 연봉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됐는데, 컵스는 때이른 노쇠화 조짐을 그에게 이 비용을 지출할 생각이 없었다. 이어진 코로나 19 팬데믹 속에서 러셀은 6월까지도 새로운 팀을 찾지 못했다. 그렇게 러셀은 KBO리그에서 반전의 계기를 모색하게 됐다.


경기력 분석

러셀의 경기력을 본격적으로 분석하기에 앞서, 필자가 이번 스카우팅 리포트 작성에 사용한 선수 평가 방식을 소개하려고 한다. 바로 ‘포스닥(POSDAC) 평가법’이다.

포스닥 평가법이란?

포스닥은 주식시장 ‘코스닥(KOSDAQ)’의 오타가 아니다. 물론 ‘박사 후 과정(Post-Doc)’을 뜻하는 단어도 아니다. 포스닥(POSDAC)은 필자가 개발한 새로운 선수 평가 방식이다. 기존의 *5툴(Five Tools) 방식이 반영하지 않는 선구안, 내구성, 인성에 대한 평가를 포함하고, 선수가 가진 잠재력보다는 현재 가치에 초점을 맞춘다(이 때문에 외국인 선수를 스카우팅할 때 특히 유용하다). 포스닥 평가법을 구성하는 6가지 항목은 중요도 순서대로 포지션(Position), 출루 능력(On-base Hitting), 장타력(Slugging), 수비력(Defense), 운동 능력(Athleticism), 인성(Character)이다. 이 가운데 포지션은 정성적으로, 다른 다섯 항목은 20-80 스케일을 사용하여 정량적으로 평가를 내린다. 

*야수의 5툴: 콘택트 능력(Hitting for Average), 장타력(Hitting for Power), 주력(Running), 타구 처리 능력(Fielding), 송구 능력(Throwing)


포지션(Position)

포지션은 야수를 평가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공격력, 수비력 자체보다 ‘어떤 포지션에서’ 그러한 공격력, 수비력을 보여주는가가 팀 입장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단적인 예로, 리그 평균 수준의 OPS를 기록하는 포수는 상위 20%의 타격 능력을 보유한 지명타자보다 일반적으로 승리기여도가 더 높다. 또한 아무리 공수주가 뛰어난 선수라고 해도 그가 소화할 수 있는 포지션이 중견수뿐이라면, ‘야구의 신’이 버티고 있는 LA 에인절스에서는 출장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러셀은 월드시리즈 우승 팀의 주전 유격수 출신이다. 야구계에서는 유격수를 능숙히 소화할 수 있는 선수는 다른 내야 포지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러셀은 실제로 메이저리그에서 2루수로도 1127.2이닝을 소화한 바가 있고, 유격수로 나섰을 때와 마찬가지로 2루에서도 우수한 수비력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러셀은 키움 히어로즈에서 어떤 포지션을 맡게 될까. 키움의 손혁 감독은 인터뷰에서 러셀이 빅리그 시절 유격수와 2루수를 소화했던 것으로 안다며, 그를 키스톤 콤비 중 한 자리에 기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러셀은 그중에서도 주로 유격수로 나서게 되리라는 것이 필자의 예측이다. 그에게 가장 익숙한 포지션은 어쨌든 유격수라는 점, 그리고 현재 키움의 주전 유격수인 김하성은 3루수 역시도 맡을 수 있는 자원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는 현재 키움의 3루를 책임지고 있는 전병우가 백업으로 밀려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전병우의 글러브와 배트가 러셀의 그것으로 대체되는 셈인데, 키움 입장에서는 꽤나 득이 되는 교환이다.

포지션: 유격수(+2루수)


출루 능력(On-base Hitting)

‘머니볼’의 대유행과 함께 출루율이 가장 직관적이고 정확한 타격 지표로써 타율을 대체한 것이 벌써 20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5툴 방식에서는 아직도 타격을 콘택트 능력(Hitting for Average)과 장타력(Hitting for Power)으로만 구분하여, 선구안을 올바르게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선구안은 훈련과 경험을 통해 개선될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5툴 방식의 평가는 선수의 잠재력에 초점을 맞춘다), 지금 당장의 타격 능력을 평가할 때는 위 두 가지 능력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선구안이다. 포스닥 방식은 ‘On-base Hitting’ 항목을 통해 콘택트 능력과 선구안을 아우르는 ‘출루 능력’을 평가한다.

러셀은 메이저리그 통산 0.242의 타율과 0.312의 출루율을 기록했다. 러셀이 메이저리그에서 뛴 기간 리그 평균 타율과 출루율이 각각 0.253, 0.321였으니 거의 평균 수준의 출루 능력을 갖춘 선수였다고 볼 수 있다. 24.1%의 타석당 삼진 비율에서 드러나듯 삼진을 다소 많이 당하는 편이었지만, 대신 볼넷 비율에서도 8.4%로 평균을 살짝 웃도는 성적을 올렸다. BABIP 역시 0.299로 리그 평균과 비슷했다. 요약하면, 러셀의 콘택트 능력과 선구안은 메이저리그 평균 수준이다.

구종별로 분석해 보면, 러셀은 체인지업에 상대적으로 강한 대신 패스트볼과 커터에 굉장히 약한 편이었다(패스트볼 구종 가치 -10.9점, 커터 구종 가치 -5.4점). 다만 KBO리그는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느리고 커터를 구사하는 투수가 적으므로 이러한 약점들이 어느 정도는 자연스레 보완되리라 전망한다.

요약하면 러셀의 출루 능력은 과거 김현수, 강정호가 빅리그에서 보여줬던 것과 대체로 비슷한 수준이다. 따라서 KBO에서는 상위 3% 이내의 출루 능력을 기대해볼 수 있다.

출루 능력: 70


장타력(Slugging)

장타력은 기존 5툴 방식 평가에서의 장타력과 동일한 성격의 항목이다. 따라서 항목 자체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기로 한다.

올스타로 선정됐던 2016년 당시 러셀의 평균 타구 발사 각도는 15.2도로, 플라이볼을 많이 생산해내는 타자였다. 그러나 플라이볼 혁명이 본격적으로 일어난 2017년부터 러셀의 발사 각도는 오히려 조금씩 낮아지기 시작했다. 땅볼 비율이 크게 늘었고, 이에 따라 장타율도 다소 하락했다. 2019년 러셀의 순수장타율(ISO)은 0.154로 메이저리그 평균(0.183)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마이너리그에서는 얘기가 달랐다. 러셀은 2019년 트리플 A에서 러셀은 전체 안타(27개)의 절반 가까이(13개)를 장타로 연결하며 가공할 만한 장타력을 뽐냈다. 지난해 트리플 A에서 사용됐던 공인구의 높은 반발력과 투수들의 기량 차이가 이러한 간극을 만든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KBO리그의 경우는 어떨까. 공인구의 반발력은 트리플 A에서 사용되는 공인구에 비해 다소 떨어지지만, 투수들의 수준 역시 트리플 A 투수들에 비해 약간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지난해 마이너리그에서 보여준 것과 비슷한 수준의 장타력을 러셀에게서 기대해볼 수 있다.

장타력: 70


수비력(Defense)

5툴 방식은 타구 처리(Fielding)와 송구(Throwing)로 나눠서 수비력을 평가한다. 그런데 타구 처리와 송구는 하나로 연결돼 있는 동작이기 때문에 완전히 분리하기가 힘들 뿐 아니라, 송구 툴의 중요도가 다른 4가지 항목에 비해서 다소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래서 포스닥 방식은 ‘수비력’이라는 하나의 항목으로 선수가 지닌 수비 범위, 안정감, 송구 정확성 등의 전반적인 수비력을 평가한다.

수비는 세이버메트릭스 최후의 ‘미지의 영역’이다. 특정 지표에서는 최상급의 성적을 기록하는 다른 지표에서는 평균 이하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러셀은 DRS, UZR, OAA 등 어떤 지표로 보더라도 메이저리그 평균을 가볍게 웃도는 수비력을 지닌 유격수였다.

롯데의 외국인 내야수 딕슨 마차도가 KBO리그에서 최고 수준의 유격수 수비를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러셀 역시 키움의 내야에서 타구들을 빨아들이는 진공 청소기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수비력: 75


운동 능력(Athleticism)

5툴 방식에서의 주력 툴에 해당하는 능력이다. 그런데 이를 주루 능력이 아니라 ‘운동 능력’이라 명명한 것은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내구성까지 아울러 평가하기 위함이다. 선수의 기량이 아무리 좋더라도 부상이나 체력 방전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면 그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운동 능력이라는 하나의 평가 항목에 선수의 주루 능력과 전반적인 운동신경, 내구성을 모두 포함시켰다.

일단 러셀의 주루 속도(Sprint Speed)는 굉장히 우수한 편이다. 2016년에는 메이저리그 상위 12%에 해당하는 28.5ft/s를 기록했고, 지난해에 기록한 27.7ft/s 역시 평균보다 빠른 축에 드는 수치다. 하지만 러셀은 갖고 있는 속도만큼 뛰어난 주루 실력을 보여주는 선수는 아니었다. 단일 시즌 기록한 최다 도루 개수는 5개가 고작이고(2016년), 통산 주루 기여 득점(Baserunning Runs)도 레퍼런스 기준 -2점, 팬그래프 기준 6.6점에 불과하다. 마이너리그에서도 상대 내야를 뒤흔들 정도의 주루 능력을 보여준 적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에릭 테임즈와 애런 알테어의 선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빅리그 통산 도루가 3개에 불과했던 테임즈는 KBO리그로 건너와서 40-40을 기록하는 ‘괴물’로 탈바꿈했다. 러셀과 비슷하게 속도 자체는 빨랐음에도 좋은 주루를 펼치지 못했던 알테어 역시 2020시즌 KBO리그 도루 부문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물론 러셀이 이들만큼의 주루 실력을 보여준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리그 평균보다 확연히 나은 수준의 주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는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한편 러셀은 커리어 내내 큰 부상을 당한 적이 없다. 2019년에는 뇌진탕 증세로 7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2018년과 2017년에는 각각 손과 발 부상으로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지만 이 정도가 전부다. 부상으로 긴 공백기를 가졌던 선수가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시즌 중반에야 팀에 합류하는 올해는 작은 부상도 큰 타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 부상 방지를 위해 선수 본인도, 팀도 각별히 조심해야 할 것이다.

운동 능력: 60


인성(Character)

야구 팬들은 선수의 ‘실력 툴’ 못지않게 ‘인성 툴’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흔히들 하곤 한다. 성격 문제로 인해 동료들과의 불화가 잦은 선수, 돌출 행위로 인해 출장 정지를 당하는 일이 잦은 선수의 가치는 그렇지 않은 선수에 비해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다. 포스닥 방식은 인성 항목을 통해 선수의 평소 행동거지와 워크 에틱(work ethic: 선수가 경기 혹은 훈련에 임하는 태도), 클럽하우스에서의 역할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우선 러셀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가정폭력 전과가 있는 선수다. 러셀의 전 부인은 그가 결혼 생활 동안 물리적, 언어적 폭력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부과한 40경기 출장 정지 징계는 그녀의 주장에 실체가 있음을 시사해 준다. 혹자는 그라운드 밖에서의 폭력 전과는 야구 실력과 무관하며, 선수를 평가할 때 고려할 필요가 없는 요소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감정 조절에 문제가 있는 선수는 그만큼 클럽하우스에서도 불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또한 러셀은 워크 에틱 측면에서도 여러 차례 문제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시즌이 개막하고 4달이 지날 때까지 사인을 완전히 외우지 못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이는 2019시즌이 끝나고 러셀이 방출됐을 때 컵스 팬들 사이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그리 크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과연 ‘반 시즌 아르바이트’를 위해 온 KBO리그에서의 러셀은 어떤 모습일까.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인성: 30~40

2020시즌 전망

대권을 노리는 키움에게 모터는 처음부터 어울리지 않는 외국인 선수였다. 결국 키움은 개막 한 달 만에 모터를 방출했다. 그를 대신하여 ‘우승 청부사’로 낙점된 선수가 바로 러셀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러셀은 KBO리그를 지배할 수 있을 정도의 타격과 수비력을 보유한 선수다. 여기에 포지션까지 ‘내야의 핵’이라 불리는 유격수인 만큼, 팀에서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전력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남은 시즌은 그리 길지 않고, 키움은 그를 영입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였다. 두 번의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근래 들어 성적이 다소 하락세를 보였고, 야구 외적으로 불미스러운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의 활약 여부에 대해서 미심쩍은 시선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러셀의 강점이 약점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러셀은 아직 어리다. 이른 나이에 전성기가 찾아왔던 경우이기는 하지만, 아직 만 26세밖에 되지 않은 만큼 하락세에서 회복할 시간이 충분하다.

2. 러셀이 약점인 패스트볼은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의 격차가 특히 큰 구종이다. 2019년 메이저리그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50.6km/h였던 반면, 2020년 KBO리그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2.4km/h에 불과하다.

3. 과거 워크 에틱 문제로 도마에 올랐던 러셀이지만, 올 시즌에는 동기 부여가 확실히 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KBO리그를 찾는 외국인 선수들은 대개 (1) 빅리그에서 정착하지 못한 ‘AAAA리거’이거나 (2) 나이가 들어 빅리그에서 밀려난 30대 선수인 경우가 많은데, 러셀은 올 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러낼 경우 빅리그에서 다시 주전 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드문 경우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 KBO리그 외국인 선수 중 가장 적은 금액인 총액 35만 달러에 모터와 계약을 맺었던 키움이, 돌연 자세를 바꿔 러셀에게 ‘풀 베팅’을 했다는 것은 확실하게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지난 시즌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던 키움은 러셀을 영입함으로써 확실한 업그레이드를 이뤘고, 이제 가을 야구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7월 28일 키움 히어로즈 1군 선수단에 합류하는 러셀은 정규 시즌 종료까지 최대 70여 경기에 출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필자가 예상하는 러셀의 잔여 시즌 sWAR(스탯티즈 기준 승리기여도)은 약 3.5~4.5다. 풀시즌으로 환산하면 WAR 7~9에 이르는 호성적이다. 시즌 절반 동안이지만 MVP급 활약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얘기다. 옛말에 뚜껑은 열어보아야 안다고 했다. 하지만 러셀의 방망이는 뚜껑을 열기 전부터 한껏 끓어오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야구공작소 나상인 칼럼니스트

에디터=야구공작소 김준업, 이의재

자료 출처=Baseball America, Baseball Reference, ESPN, Fangraphs, Statiz

사진 출처=경북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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