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한화 이글스 브랜든 반즈

(일러스트=야구공작소 이찬희)

외야수, 우투우타, 188cm 95kg, 1986년 5월 15일생

한화 이글스가 6월 22일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과 결별했다. 호잉은 2018년 3위 돌풍의 중심으로 맹활약했지만, KBO리그 3년차를 맞이한 올해 34경기에서 타율 0.194라는 심각한 부진을 극복하지 못했다. 팀 전반적으로 득점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한화는 호잉의 대체자로 메이저리그 통산 484경기의 출장 경험이 있는 베테랑 외야수 브랜든 반즈를 선택했다.


이력

반즈는 2년제 사이프러스 칼리지(Cypress College)를 재학 중이던 2005년 메이저리그 아마추어 드래프트 6라운드(전체 194순위)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지명, 프로 야구계에 발을 들였다. 원래는 4년제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고 미식축구에 전념할 계획이었지만, 갑작스럽게 장학금 입학이 취소된 뒤 뒤늦게 야구에 ‘올인’했다. 급격한 진로 선회 탓인지 반즈는 드래프트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고, 마이너리그 시절에도 유망주로서 높은 평가를 받지 않았다.

그렇게 오랜 마이너 무명 생활을 겪고 은퇴까지 고려한 끝에 반즈는 2012년 메이저리그 데뷔에 성공한다. 당시 휴스턴은 대대적인 리빌딩에 돌입한 팀이었고,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 100패를 기록할 정도로 승리가 간절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덕분에 비교적 무명이었음에도 반즈는 2013년까지 휴스턴에서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눈에 띄는 성적을 남기지는 못했고, 시즌이 끝난 뒤에는 콜로라도 로키스로 트레이드됐다.

이후 반즈는 2016년까지 콜로라도에서 빅리그 생활을 이어갔다. 2017년과 2019년에는 마이너리그에서만 뛰었고, 2018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19경기에 나선 것이 마지막 빅리그 경력이었다.


스카우팅 리포트

반즈의 빅리그 커리어 성적은 매우 평범하다. 타격, 수비, 주루 모든 면에서 평범했고, 오른손 타자지만 특별히 왼손 투수에 강한 것도 아니었으니 아주 무난한 백업 외야수였다고 할 수 있다. 전임자가 된 호잉과 비교해도 특별한 강점이 드러나지 않는다. 컨택트 능력, 장타력, 볼넷과 삼진을 통해 예상되는 선구안 등 모든 면에서 반즈의 능력은 호잉에게 기대할 수 있던 범위 안에 머물러 있다. 두 선수 모두 마이너리그에서 주로 타고투저 성향의 퍼시픽 코스트 리그(PCL)에서 뛰었으니 리그 성향에 따른 차이도 거의 없다.

호잉과 반즈의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 비교

반즈는 빅리그 데뷔 직후 중견수를 많이 맡았지만 최근에는 코너 외야수 출전이 더 많았다. 한화에서도 호잉을 대신해 주로 우익수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수비력은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DRS 13(중견수 12, 코너 외야수 1), UZR 15.4(중견수 7.1, 코너 외야수 8.3)를 기록했으니 KBO리그에서는 충분히 평균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리라 예상한다. 다만 전성기를 넘긴 나이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자기 관리의 어려움 등, 외적인 요인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전망

타격 성적은 2018-19년 호잉이 기록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올해 호잉이 기록한 성적이 매우 낮기 때문에 난이도는 쉬운 편이다. 외야 수비, 주루 면에서도 호잉의 빈자리는 부족하지 않게 채워줄 것으로 예상한다. 관건은 결국 리그 적응에 걸리는 기간이다.

하지만 3할 미만 승률, 18연패, 10위로 대변되는 팀의 어려움을 혼자서 타개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한화 정민철 단장은 보도자료와 함께 나온 인터뷰 기사에서 2019년에 반즈가 1년 전보다 2배나 많이 홈런을 쳤다고 강조했다. 나이가 많지만 실력은 전성기에 버금간다는 희망적인 예상이다. 그렇지만 지난해 마이너리그 트리플A 레벨에선 공인구 교체로 인한 홈런 급증 현상이 있었다. 소위 ‘탱탱볼’ 효과다.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난해 트리플A에서 타격 성적이 적당히 좋아진 정도는 내세울 거리가 못 된다는 걸 안다. 반즈의 성적도 홈런이 아닌 다른 지표를 보면 ‘매우 좋아졌다’고 말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구단에서도 모를 리가 없는 내용이다.

야구에서 타자 한 명에게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아무리 커도 1년에 10승 수준이다. 신체 시계를 10년 전으로 되돌린다 한들 반즈가 그런 활약을 펼치긴 어려울 것이다.


P.S. 한화의 입장

반즈의 영입은 일반적인 KBO리그의 외국인 선수 교체와는 맥락을 달리한다. 보통 시즌 중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는 팀은 치열한 순위 경쟁 중에 놓여 있다. 한화의 상황은 아니다. 혹은 이듬해를 일찍 바라보고 미리 ‘복권을 긁는’ 차원에서 이뤄지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 나이로 35세가 된 반즈가 한화와 오랜 시간 동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럼에도 한화가 반즈를 영입한 이유는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당장의 승리가 가져올 효과가 절실했다는 것이다. 그 효과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말 그대로 체면치레다. 18연패를 겪는 과정에서 최원호 감독 대행은 ‘신인 적극 기용’을 내세웠던 자신의 말을 3일만에 뒤집어야 했다. 그것이 누구의 의지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더 이상의 패배는 감내하기 어려웠다는 것, 그것이 외국인 선수 교체의 가장 큰 명분이었을 것이다.

승리가 가져오는 두번째 효과는 미래를 위한 자양분이다. 선수의 성장은 컴퓨터 게임처럼 결과와 무관한 단순 반복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때로는 승리와 성공을 통해 얻어지는 자기확신이 성장의 다음 단계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스포츠 팬들은 그것을 ‘위닝 멘탈리티’라고 부른다. 반대 뜻으로 국내 언론이 즐겨 쓰는 단어는 ‘패배 의식’이다. 반즈의 영입은 그 패배 의식이라는 먹구름을 걷어내려는 이를 악문 몸부림이다.

반즈가 MVP급 활약을 펼치긴 어려울 것이다. 그 정도를 기대할 수 있는 선수라면 반 시즌만 뛴다지만 총액 20만 달러의 적은 연봉으로 데려올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정해진 예산 안에서 선택할 수 있었던 최고의 카드가 반즈였던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야구공작소 박기태 칼럼니스트

에디터=야구공작소 김동민, 나상인
일러스트=야구공작소 이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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