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받을 걸 그랬나?

지난 3월 말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막이 미뤄진 상황에서 선수들의 서비스 타임을 어떻게 다룰지 합의했다. 그 결과 시즌이 단축되더라도 메이저리그에 등록된 선수는 1년의 서비스 타임을 충족하게 됐다. 이를 가장 반길 사람은 2020시즌 이후 FA 자격을 얻게 될 선수들이다.

특히 다가올 F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무키 베츠는 이번 합의로 큰 이득을 얻게 됐다. 베츠는 전 소속 팀 보스턴 레드삭스로부터 10년 3억 달러(약 3528억 원)의 연장 계약 제의를 받았다. 그러나 베츠는 이를 거절하고 FA 시장을 선택했다. 과연 베츠는 보스턴의 제안보다 더 좋은 계약을 맺을 수 있을까? 상황은 좋지 않다.

얇아진 지갑

베츠가 보스턴에 역으로 제안했던 12년 4억 2천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기 위해서는 수요자인 구단의 주머니 사정도 중요하다. 지난해 나온 게릿 콜(9년-3억 2400만 달러), 앤서니 렌던(7년-2억 4500만 달러), 스티븐 스트라스버그(7년-2억 45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보면 베츠의 기준치를 충족시켜줄 구단들이 있었다.

그러나 2020년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코로나-19로 인해 구단의 금전적인 손해가 막대하다. 경기가 열리지 않으면서 구단들은 중계권료, 스폰서 비용, 입장료 등으로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설령 단축 시즌으로 리그를 재개하더라도 줄어든 경기 수와 무관중 경기로 인해 입장료 수익이 크게 줄 것이다. 현재 나오고 있는 구단들의 임시 해고와 임금 삭감, 구단 간 수익 공유 일시 폐지, 드래프트 축소 등은 실제로 구단의 사정이 어려움을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시즌 후에 FA 자격을 얻는 선수들은 역대급 FA 한파를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 잭팟을 기대한 선수는 ‘계약’ 자체에 만족하고, 팀을 찾지 못한 FA 미아들도 수두룩할 전망이다.

대형 FA는 상관없다

예비 FA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에 대해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대형 FA는 상관없다”고 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소위 ‘탑 클래스’ 선수는 장기 계약을 맺게 되는데, 긴 계약 기간을 활용하여 당장의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시기에는 적은 연봉을 주고 여유가 생기면 나중에 더 많은 연봉을 주는 방식이다. 또한, 단축 시즌으로 선수들의 소모가 적어졌다는 장점도 내세웠다. 쉰 만큼 힘을 비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무키 베츠의 2014~2019시즌 성적 >

큰 돈을 지출하고서라도 우승을 원하는 팀에 베츠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2019년 성적은 MVP 시즌에 미치지 못했지만, 이 자체도 나쁜 성적은 아니다. 베츠는 준수한 타격, 빠른 발, 4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외야 수비, 거기에 강한 어깨까지 지녔다. 이것이 LA 다저스가 우승을 위해 유망주 출혈을 감수하고 베츠를 트레이드로 데려온 이유다. 또한, 27살이라는 어린 나이와 앞으로 보여줄 모습을 고려하면 다저스도 장기 계약을 제시해볼 만하다.

<PECOTA 프로젝션의 무키 베츠 예상 성적>


알 수 없다

구단들은 과연 뒤로 갈수록 액수가 커지는 계약을 좋아할까? 선수가 잘하면 많은 연봉을 지급해도 감내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기량이 하락했을 때 이런 계약은 문제가 된다. 성적이 안 나와도 아직 젊다면 반등을 기대해 볼 만하고 트레이드로 처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연봉&고령 선수는 트레이드 카드로 쓰기도 어려워 처리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구단은 뒤로 갈수록 커지는 계약을 꺼릴 것이다.

단축 시즌 역시 베츠에게 좋은 상황은 아니다. 보스턴의 제안 이상의 계약을 얻기 위해서는 MVP 시절의 성적을 다시 보여줘야 한다. 만약 시즌이 취소된다면, 2019년의 성적이 평가 기준이 된다. 본인이 만족할만한 계약을 얻기에는 다소 아쉬운 기록이다. 짧아진 일정 자체도 큰 변수다. 일정이 짧아진 만큼 정규 시즌에서 나오기 힘든 좋은 성적을 기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초반에 부진하다면 이를 만회할 시간이 넉넉지 않다.

보스턴의 연장 계약을 거절한 베츠를 보고 부담을 느낀 구단들은 플랜B를 갖출 것이다. 베츠와 함께 FA가 되는 조지 스프링어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스프링어는 베츠와 비교해 성적이 약간 낮을 뿐 그동안 좋은 성적을 냈다. 포스트 시즌에서는 비교적 부진했던 베츠와는 달리 스프링어는 2017년 월드시리즈에서 MVP를 수상하는 등 오히려 큰 경기에 강했다. 이러한 점이 베츠를 향한 몇몇 구단의 시선을 가져올 것이다. 베츠 대신 스프링어를 노리는 구단이 늘어나면 영입 경쟁이 줄어들면 그만큼 금액을 올리기 힘들어진다.

<베츠와 스프링어의 14~19시즌 평균 스탯>


베츠급의 재능과 성적이라면 역대급 계약을 노리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보스턴이 제시한 10년-3억 달러 규모 역시 대박 계약에 속한다. 그러나 매니 마차도, 브라이스 하퍼, 마이크 트라웃급 계약을 원하는 베츠에게는 이것도 부족했다. 상황이 바뀐 지금, 과연 베츠는 그때 그 결정을 후회하고 있을까?

야구공작소 박선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서주오, 양정웅
기록 출처= Baseball Reference, Baseball Prospectus
사진 출처: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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