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10개 구단이 국회의원 선거를 한다면

매년 KBO리그가 개막할 즈음에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은 ‘프로야구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해 왔다. 응원팀, 우승 예상 팀,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 정도를 묻는 이 조사는 야구팬들의 민심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맞아, KBO 10개 정당으로 이루어진 ‘크보국’의 가상 국회의원 선거를 진행해 보았다. 전국 투표율 53%(47%는 응원팀 없음이라 답함)를 기록한 이번 선거의 결과를 지역구 의원, 비례대표 의원 순으로 살펴보자. (이 글은 2019년의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했음을 밝힙니다. 2020년 현재의 구단별 팬 분포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지역구 의석 수를 계산할 때, 선거구별 팬 분포를 알 수 없어 권역별 팬 분포를 바탕으로 의석을 배분했다. 이때 ‘뒤베르제의 법칙’을 적용했는데, 이는 단순다수대표제 하에서 양대 정당이 과대 대표되고 군소 정당은 손해를 보는 현상을 일컫는다.


1. 지역구

서울

크보국의 수도인 서울은 곰당, 쌍둥이당, 영웅당 등 3개의 정당이 지역기반으로 삼고 있는 정치 1번지이다. 역사적으로 서울의 표심을 잡는 당이 다수당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의석이 49석이나 배정된 이 지역은 선거 때마다 10개 정당의 치열한 유세전이 펼쳐진다. 이번 선거에서는 호랑당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호랑당은 강북 지역에서의 선전에 힘입어 49석 중 18석을 가져가는 성과를 올렸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지역구인 송파을에서는 쌍둥이당이 라이벌 곰당을 근소하게 제치며 ‘잠실의 주인’임을 천명했다. 또 다른 서울 기반 정당인 영웅당은 당사가 위치한 구로갑에서마저 10% 득표에 그치는 등 0석 획득이라는 치욕을 당했다.

결과: 호랑당 18석, 쌍둥이당 12석, 곰당 7석, 거인당 6석, 독수리당 6석

경기/인천

경기/인천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72석이 걸려 있는 지역이다. 인천의 맹주 비룡당과 수원의 신흥세력 마법사당이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민심은 냉정했다. 호랑당이 20석, 곰당과 쌍둥이당이 각각 14석씩을 가져가는 사이 비룡당은 7석에 그쳤고, 마법사당은 전패를 당했다. 그 외에 9석을 얻은 사자당을 비롯하여 지방 정당들의 선전이 눈에 띄었다.

결과: 호랑당 20석, 곰당 14석, 쌍둥이당 14석, 사자당 9석, 비룡당 7석, 독수리당 5석, 거인당 3석

대전/세종/충청

28석이 걸려 있는 대전/세종/충청에선 싱거운 결과가 나왔다. 최근 15년 가까이 원내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독수리당을 심판하자는 여론이 일었지만, 여전히 독수리당은 28석 중 24석을 쓸어담았다. 대전에 당사, 청주에 선거사무소를 두고 ‘밑바닥 유세’를 펼친 덕이 컸다. 비교적 가까운 지역에 기반을 둔 호랑당이 2석, 사자당과 곰당이 각각 1석으로 체면치레를 했다.

결과: 독수리당 24석, 호랑당 2석, 사자당 1석, 곰당 1석

광주/전라

역시 28석이 걸려 있는 광주/전라 지역. 이 지역에서 호랑당의 압도적인 지지도는 크보국 정치계에서 유명하다. 과거 열한 차례나 대통령을 배출한 덕분에 지역 민심은 굳건했다. 호랑당이 28석 중 26석을 가져갔다. 쌍둥이당이 2석을 차지하며 호랑당의 의석 독점을 저지했다. 지역주의 타파를 외친 거인당은 복수의 선거구에서 간발의 차로 패하며 분루를 삼켜야 했다. 선거 직전 사자당과의 후보단일화에 실패한 것이 뼈아팠다.

결과: 호랑당 26석, 쌍둥이당 2석

대구/경북

25석이 걸려 있는 대구/경북에서는 역시 전통의 강호 사자당이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21석을 차지하며 사자후를 토했다. 한편 남쪽에서부터 조금씩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거인당이 4석을 가져가며 사자당의 왕국에 균열을 냈다.

결과: 사자당 21석, 거인당 4석

부산/울산/경남

거인당이 30년 넘게 다수당을 유지해 온 부산/울산/경남. ‘야도(野都)’라고 불리는 부산이 위치해 있어 선거 때마다 관심을 모으는 지역이다. 몇 해 전 창당한 공룡당은 30년 가까이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한 거인당을 심판하자며 ‘정권교체론’을 내세웠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에겐 ‘의리’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총 40석 중 34석을 거인당이 차지했고, 공룡당은 4석에 그쳤다. 거인당의 성민규 신임대표가 내세운 ‘혁신’의 메세지가 먹혔다는 분석이다. 또한 쌍둥이당이 2석을 가져가며 ‘전국구 정당’으로서의 위용을 뽐냈다.

결과: 거인당 34석, 공룡당 4석, 쌍둥이당 2석

강원/제주

강원/제주는 크보국 정치계에서 오랫동안 소외당해 온 지역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최근에 대통령을 배출했거나 전국 지지율이 높은 정당에 투표하는 ‘전략투표’ 경향을 보였다. 총 11석 중 호랑당과 거인당이 각각 3석씩을 수확했으며, 곰당이 2석을 차지하고 사자당, 비룡당, 독수리당이 1석씩을 나눠가졌다.

결과: 호랑당 3석, 거인당 3석, 곰당 2석, 사자당 1석, 비룡당 1석, 독수리당 1석

지역구 종합

호랑당 69석, 거인당 50석, 독수리당 36석, 사자당 32석, 쌍둥이당 30석, 곰당 24석, 비룡당 8석, 공룡당 4석, 마법사당 0석, 영웅당 0석


2. 비례대표

21대 크보국 국회의원 선거부터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부분적으로 적용되어 의석 배분 방식이 복잡해졌다. 비례대표 총 47석 중 30석은 준연동형 비례대표 방식으로 배분된다. 계산식은 (300석 × 비례대표 지지율 – 지역구 의석 수) × 0.5이다. 각 정당의 의석 수 합이 30석에 미달하거나 이를 초과할 경우, 의석 비율을 유지하면서 합이 30석이 되도록 재조정한다. 나머지 17석은 기존 방식대로 지지율에 비례해서 배분된다.

정당별 비례대표 지지율과,이에 따른 의석 배분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모두 합한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총평

4년 전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사자당, 거인당에 이어 3위에 그쳤던 호랑당이 수도권에서의 약진을 바탕으로 원내 제1당에 등극하는 데 성공했다. 호랑당은 300석 중 정확히 4분의 1에 해당하는 75석을 차지했는데,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필요한 과반수에는 턱없이 부족한 의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엘롯기’ 대연정의 성립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호랑당과 거인당, 쌍둥이당의 의석 수를 합하면 168석이 되기 때문이다. 한편 마법사당은 첫 의원을 배출하는 데 실패했다. 영웅당의 경우 타이어에서 증권업으로 후원자를 바꾸고 난 후 치른 첫 선거였는데, 역시 0석으로 체면을 구겨야 했다.

호랑당 윌리엄스 대표는 논평을 통해 유권자의 뜻을 받들어 ‘기본이 바로된 정치’를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국민의 성원을 등에 업고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현직 대통령이 속해 있는 곰당의 김태형 대표는 ‘유권자의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당내 전과가 있는 의원들을 탈당시키고 더욱 청렴한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영웅당의 손혁 대표는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총선에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일각에서는 사퇴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그는 꿋꿋이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입장이다.

야구공작소 칼럼니스트 나상인

에디터=야구공작소 오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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