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환, 이글스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야구공작소 이창우] 2019년 11월 20일, KBO 리그 2차 드래프트가 열렸다. 1순위 지명권이 있고, 시즌 내내 포수난에 시달린 롯데 자이언츠가 KT 위즈 이해창을 지명하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롯데는 SK 와이번스 외야수 최민재를 지명하는 것으로 드래프트를 마쳤고, 후순위였던 한화 이글스가 이해창을 지명했다.

성민규 신임 롯데 단장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지만, 하루 만에 반전이 일어났다. 지성준과 장시환을 주축으로 하는 한화-롯데의 2:2 트레이드 덕분이었다. 트레이드된 선수들의 이름값이 특출나진 않았지만, 서로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점에서 팬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잠재력 있는 25살 ‘군필’ 포수와 풀타임 첫 시즌을 보낸 ‘32살’ 선발투수의 교환. 야구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한화의 손해란 여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좀 다르다.

장시환, 넌 누구세요?

장시환은 2007년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현대 유니콘스의 지명을 받고 데뷔했다. 입단 당시부터 빠른 구속으로 주목받았지만, 고질적인 제구 불안에 시달렸다. 군 복무 이후에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다 2014년 신생 구단 KT의 20인 보호선수 명단 외 특별 지명을 받아 이적했다.

KT에선 잠시나마 반짝였다. 이적 첫해 주전 마무리로 자리 잡으며 폭발적인 구위를 선보였다. 부상으로 아쉽게 시즌을 중도 마감했지만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 하지만 부상 이전의 구위를 회복하지 못했고, 잦은 보직 이동 속에 결국 2017년 롯데로 트레이드됐다.

2019년, 노경은의 계약 불발로 스프링캠프부터 선발투수로 준비하긴 했으나, 큰 기대를 받진 못했다. 하지만 장시환은 시즌 내내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팀의 2선발로 활약했다. 최악이었던 팀 야수진에도 불구하고 일궈낸 성적이기에 더 의미 있었다.

하지만 롯데는 올해가 장시환의 최고점이라 판단했었던 걸까? 롯데는 약점인 포수를 보강하기 위한 트레이드 카드로 그를 활용했다. 그렇다면 한화는 그의 무엇을 긍정적으로 봤고 롯데는 그의 무엇을 부정적으로 봤을까? 양측의 엇갈린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긍정적인 시선

뜯어보면 생각보다(?) 야무진 투수

다음은 선발 등판 20회 이상을 기록한 리그 내 ‘토종 선발투수’들만 기록한 순위다.

2019 시즌 장시환의 주요 성적

장시환은 분명 리그 정상급 투수는 아니다. 이닝이나 ERA 같은 클래식 스탯만 보면 장시환은 팀의 원투펀치 역할을 맡기엔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기대치를 3~4선발로 낮춘다면 어떨까?

3~4선발로서 장시환은 충분히 경쟁력 있는 투수다. 올 시즌 한화에서도 장시환은 서폴드와 채드 벨을 잇는 3선발로 뛸 예정이다. 부족한 이닝 소화력만 메꿀 수 있다면 토종 선발진이 약한 한화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2019 시즌 롯데에서 리그 최악의 수비진과 함께한 덕인지 ERA-FIP 격차가 상당하다. 지난 시즌 20경기 이상 선발 등판한 투수 중 장시환보다 ERA-FIP 격차가 큰 투수는 한화 장민재와 KIA 터너뿐이었다.

선발로 전환하며 평균 구속이 약간 감소했지만 그마저도 리그 최상위권이었다. 그보다 빠른 국내 투수는 김광현(147.1)밖에 없었다. 슬라이더 구종 가치가 커리어 최고치(6.1)를 기록하며 전성기였던 KT 시절 수준으로 부활한 것도 호재다.

한화와 궁합이 잘 맞을 수 있는 투수

대전구장은 투수 친화 구장이다. 2019 시즌 대전구장은 2루타 팩터를 제외한 모든 지표에서 투수 친화적 성격을 보였으며, 실제로 펜스 높이가 1m 낮은 것을 제외하면 사직구장보다 훨씬 투수에 유리한 구장이다.

함께 할 야수진도 바뀐다. 리그 최고 수준의 프레이밍과 블로킹 능력을 자랑하는 최재훈이 한화의 주전 포수다. 장시환은 2019 시즌 압도적인 폭투 1위였다(17개). 폭투가 온전히 투수 탓만이 아님을 고려한다면, 장시환의 불안한 제구에 최재훈이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참고 : 2018년 KBO 프레이밍의 대가는?)

뒤를 받칠 불펜진이 바뀌는 것도 호재다. 올해로 선발 전환 2년 차가 되는 만큼 그에게 많은 이닝 소화를 바라는 것은 시기상조다. 비록 작년엔 부진했지만 한화 불펜진은 불과 재작년만 해도 리그 수위권을 다퉜다. 안영명, 정우람, 이태양 등이 버티는 한화 불펜은 장시환에겐 마치 선녀처럼 보일지 모른다.

투수 친화적인 홈구장, 함께할 포수와 야수진 모두가 장시환에겐 긍정적인 요소다. 2019 시즌보다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된 만큼 이젠 장시환이 스스로를 증명해야 할 때다.

부정적인 시선

적잖은 나이와 일천한 선발 경험

장시환은 올해 34살이다. 그간 소화한 이닝이 많지 않음을 고려하더라도 충분히 노쇠화를 겪을 수 있는 나이다. 선발 경력이 많지 않은 것도 위험 요소다. 장시환은 2019 시즌 선발투수로 전환하면서 전년 대비 약 90이닝을 더 소화했다. 그가 버두치 리스트에 해당하진 않지만 다소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버두치 리스트 : 100이닝 이상 투구한 만 25세 이하 투수 중 이전 시즌보다 30이닝 이상 더 투구한 선수들의 부상 확률이 올라간다는 이론이다.

불안한 멘탈

2019 시즌 장시환의 경기 기록을 살펴보면 특이한 점이 있다. 잘 풀릴 때는 5~6이닝을 안정적으로 막는 투수였지만, 안 풀릴 때는 엄청나게 맞아 나갔다. 즉, ‘긁힐 때와 안 긁힐 때의 편차가 큰 투수’였다.

2019 시즌 장시환의 경기별 편차

특히 장시환은 특정 이닝에 몰아 맞는 경향이 심했다. 특히 3회엔 피안타율 4할, 피OPS 1.0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겼다. 실제로 장시환이 부진한 6경기 중 절반 정도는 2~3회에 몰아 맞는 경우가 많았다.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려면 꼭 해결해야 할 문제다.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는 세부 스탯

장시환의 익히 알려진 약점은 볼넷이다. 2019 시즌 그의 BB/9은 4.17은 리그 평균보다 높다. 볼넷을 많이 주다 보니 이닝당 평균 투구수도 늘어난다. 자연히 이닝당 평균 투구수 역시 17.4개로 리그 평균을 상회했고, WHIP도 1.64로 리그 내 선발투수 중 가장 높았다.

2019 시즌 장시환의 세부 스탯

덧붙여, 2019 시즌 장시환의 BABIP는 .351이었다. 2019 시즌 리그 평균이었던 .310보다 상당히 높은 수치다. 문제는 장시환의 통산 BABIP도 .351이라는 점이다. 장시환은 매년 리그 평균을 상회하는 BABIP를 기록해 왔다.

이전 팀이었던 히어로즈나 KT가 수비가 훌륭한 팀은 아니었지만 작년 롯데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포수와 야수진이 바뀐다고 장시환이 환골탈태할 것이라 행복회로를 가동하는 것은 다소 위험한 발상이다.

호랑이가 죽으면 가죽을 남기듯..

한화 이적 후 가진 인터뷰에서 장시환은 커리어 마지막은 한화에서 장식하는 것이 꿈이라 말했다. 한화의 젊은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스프링캠프에서 연일 호투하며 팬들의 기대감을 고조시킨 것은 덤이다.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이름 석 자는 남기고 그만둬야겠다.” 장시환이 남긴 말이다. 장시환이 선발 로테이션 한 축을 맡아줄 수 있다면, 한화는 포스트시즌을 노리기 충분한 팀이다. 이글스의 가을에 장시환의 이름이 남겨지기를 바란다.

에디터= 야구공작소 김동민, 이청아

기록출처= 스탯티즈, Kb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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