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삼성 라이온즈 타일러 살라디노

타일러 살라디노, 삼성 라이온즈

1989년 7월 20일 (만 31세) 

3루수/유격수, 우투우타, 183cm 90kg 

2019시즌 밀워키 브루어스 (MLB), 샌 안토니오 미션스 (밀워키 산하 AAA). 

In 밀워키 – 28경기 71타석 2홈런 2도루 8타점 7득점 0.123/0.197/0.215 wRC+7

In 미션스– 79경기 265타석 17홈런 8도루 64타점 76득점 0.287/0.384/0.566 wRC+127 

[야구공작소 송동욱] 4년 연속 통합우승과 5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우승이라는 전인미답의 기록을 세운 왕조가 몰락한 이후, 삼성의 고민은 늘 외국인 투수였다. 데려오는 투수마다 부상과 부진을 동반했다. 당연히 전력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최근 4년간 성공한 외인 투수 영입은 없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 야수만큼은 큰 걱정이 없었다. 2017년부터 3년 동안 뛰었던 다린 러프는 정상급 4번타자의 모습을 보여줬다.(2017~2019년 리그 홈런, OPS 전체 5위 / 500타석 이상 기준) 하지만 호성적과 별개로 연봉협상에서 매번 난항을 겪었다. 1루 혹은 지명타자만 소화 가능했던 러프의 포지션도 골칫거리였다. 

결국 러프의 연봉을 감당할 수 없었던 삼성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메이저리그 무대를 경험한 새로운 외국인 선수 타일러 살라디노를 영입했다. 

배경 

살라디노의 아마추어 시절은 다소간의 굴곡이 있었다. 고교 졸업반이었던 2007년 드래프트에서 프로 팀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곧바로 주니어 칼리지*인 팔로마 칼리지에 진학에 진학했다.

* 주니어 칼리지: 고등학교 졸업자에게 2년간 고등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되 학위는 수여하지 않는 미국의 사립 단과대를 뜻한다.

결과적으로 그의 선택은 옳았다. 2년 차였던 2009년 인상적인 모습(0.453/0.557/0.604 2홈런 27타점)을 보였다. 이런 활약으로 야구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그해 휴스턴의 36라운드 지명을 받았지만 이번엔 본인이 그 제안을 거절하고 오럴 로버츠 대학행을 택했다. 두 번째 대학에서도 좋은 성적(0.381/0.464/0.678, 17홈런 78타점 16도루)을 기록하며 대학 무대를 택한 결정이 옳았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던 살라디노는 드디어 2010년 드래프트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로부터 7라운드라는 유의미한 순번의 지명을 받았다. 드래프트 당시 살라디노는 좋은 운동능력과 강한 어깨, 빠른 배트 스피드를 지닌 재목으로 평가받았다. 실제로 첫해부터 하위싱글A와 싱글A에 별 탈 없이(60경기 0.305) 연착륙했다. 

기세를 몰아 상위싱글A도 무난하게 통과했으나(102경기 16홈런 7도루 OPS 0.864), 2012년부터 더블A와 트리플A를 오가며 다소 헤매는 모습을 보였다(127경기 OPS 0.668). 부진 탈출의 실마리를 잡은 것은 2014년이었다. 비록 부상으로 인해 82경기밖에 소화하지 못했지만 타격을 확실히 개선하며(0.310 9홈런 OPS 0.850) 콜업을 기대하게 했다. 

그리고 2015년 7월 10일 드디어 빅리그 무대의 부름을 받게 된 살라디노는 3루수와 유격수로 68경기에 출전하며 무난한 첫해를 보냈다. 이듬해에는 93경기에 출전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0.282 8홈런 11도루 OPS 0.725). 자연스럽게 팀의 유틸리티 선수로 자리 잡는 듯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빅리그의 벽은 높았다. 

본격적으로 분석을 당한 3년 차 시즌부터 차츰 컨택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공을 헛치는 횟수는 늘어났다. 유망주 시절부터 부족한 파워를 빠른 배트 스피드로 커버한다는 평가를 받던 그로서는 치명적인 문제 하나를 떠안게 된 셈이었다. 적나라하게 약점이 드러난 후로는 돌아오는 기회마저 줄어들었다. 

2018년에도 어렵사리 벤치 멤버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얼마 못 가 지명할당(DFA) 처리되었고 현금 트레이드를 통해 밀워키로 이적했다. 밀워키 산하 트리플A에서 나쁘지 않은 타격을 보여줬지만 여전히 빅리그에서의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결국 더 이상 기회를 받기 힘들었던 그는 KBO 리그라는 새로운 무대로의 도전을 택했다. 

스카우팅 리포트

타격 

살라디노의 타격 스타일은 강렬했던 전임자 러프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유망주 시절부터 살라디노는 빠른 배트스피드로 어느 정도의 갭 파워(2, 3루타 생산능력)를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는 했다. 하지만 절대적인 힘 그 자체가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다. 쉽게 설명하자면 로 파워(raw power)*보다 빠른 배트스피드를 통한 게임 파워(game power)**에 좀 더 장점을 보인다는 뜻이다. 

* raw power (선수의 체격, 근육량 등을 통해 평가할 수 있는 전반적인 근력)

** game power (본인의 근력을 공에 실어 내는 능력. 소위 말하는 장타력)

또 한 가지 특이점은 마이너 시절부터 꾸준했던 선구안이다. 살라디노의 마이너리그 통산 타율과 출루율의 차이는 1할에 가깝다(0.092). 지난 시즌에도 4할에 가까운 출루율(0.384)을 기록했다. 살라디노가 만약 KBO 리그에서 뛰었다면 리그 전체 14위에 해당하는 준수한 기록이다. 외국인 타자를 상대로 유인구 위주로 투구하는 KBO리그의 특성상 충분한 플러스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하나 있다. 살라디노의 지난 시즌 성적은 공인구 교체 후 완전히 타고투저 리그로 탈바꿈한 퍼시픽코스트리그(PCL)에서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공인구 교체로 인해 투고타저의 흐름으로 뒤바뀐 KBO 리그와는 정반대의 환경이었다. 재밌는 점은 지난해 타석에서 보여준 살라디노의 접근법이다. 

2019시즌 PCL에서 300타석 이상 들어선 126명의 타자 중 살라디노의 당겨친 타구 비율은 47.5%로 18위에 해당했다. 잘 뻗는 공인구와 힘껏 당겨치는 스윙, 언뜻 보기에도 눈에 보이는 대로 치는 타자의 모습이 상상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였다. 

살라디노는 2019시즌 AAA 310타석에 들어서 1256개의 투구를 지켜봤다. 타석당 4.06개의 공을 지켜본 셈이다. 이를 KBO 리그에 적용해보면 리그 전체로 봐도 타석에서 8번째로 많은 공을 지켜본 것이다. 이러한 참을성에 대한 보상으로 300타석 이상 타자 중 22번째로 높은 13.2%의 볼넷률을 기록했다. 

요약하자면, 확실한 선구를 통해서 칠 만한 공을 강하게 친 것이다. 타석에서 보여준 깔끔한 어프로치의 결과물은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홈/원정 성적(홈 OPS 0.990 – 원정 OPS 0.920)과 어느 쪽의 투수에게도 크게 약점 잡히지 않는 균형 잡힌 모습(vs 좌투 OPS 1.140 – vs 우투 OPS 0.871)이었다. 

이렇듯 살라디노의 좋은 성적은 타석에서의 확실한 장점들이 잘 조화된 결과물이다. 본인만의 확실한 존을 가지고 있는 선수는 리그를 바꿔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KBO와 같은 잣대를 들이밀 수 없는 메이저 레벨에서의 부진은 조금 눈감아줘도 되지 않을까. 

수비&주루

유망주 시절부터 살라디노의 수비는 깔끔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미래에 빅리그에서 대수비 요원도 가능한 재목이라는 언급도 뒤따랐다. 실제로 2015년부터 2년간 3루수와 유격수를 맡으며 준수한 수비력을 선보였다. 

이와 더불어 빅리그 진출 후에도 평균 이상의 유격수 수비, 리그 최고 수준의 3루 수비를 보여준 강정호에 대입해 봤을 때 살라디노는 최소한 수비가 발목 잡을 일은 없다고 봐도 된다. 다양한 포지션(내야 전 포지션+외야)을 경험해본 경험치는 덤이다. 

<살라디노의 메이저리그 통산 수비기록>

DRS – 총 수비 득점 세이브(Defensive Run Save) 한 선수가 동일 포지션의 평균적인 선수와 비교했을 때, 필드 상에서 얼마나 많은 점수를 억제했는지(+)/더 내줬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평가전에서 살라디노는 주로 3루수로 나섰다. 하지만 주전 유격수 이학주가 부상으로 조기 귀국하며 잠시 유격수로 중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럴 경우 이원석-살라디노-김상수-김동엽의 내야 라인업이 가능하다.

뛰어난 수비에 비해 주루는 평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80 스케일에서 50점을 받았지만 이는 빅리그 평균~평균 이상 정도의 평가(MLB.COM-Prospect-watch)다. 더블A에서 한 시즌에 도루를 39개까지 기록한 적이 있지만 2015년 25도루를 기점으로 도루 개수가 확연히 감소하는 추세(11개->5개->10개->10개)다.

그래도 최근 2년간 나쁘지 않은 주루 센스(20도루 1실패)를 보여줬다. 탁월한 스피드를 통해 도루를 기록하기보다는 성공률이 높은 스타일이다. (마이너 통산 129도루 31실패 성공률 80.6%)

최근 외국인 선수들 중에서도 많이 뛰는 선수는 존재했다. 로저 버나디나(전 KIA), 제라드 호잉(한화) 등도 KBO리그에 오기 전까지 점차 도루를 줄였다가 한국 땅을 밟으며 다시 적극적으로 도루를 시도한 케이스다. 

2019시즌 팀 도루 4위(107도루)에 오르며 기동력을 자랑한 삼성의 팀 컬러를 생각하면 팀이 살라디노의 주루 센스를 활용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두 자릿수 도루를 기대할 수 있는 센스는 루상보다 타석에서 더 빛난 러프와는 다른, 살라디노만의 차별점이다. 

살라디노의 성공 포인트: 적극적으로 쳐라 타일러!! 

최근까지 보여준 모습을 보면 살라디노는 성공 여부를 점치기 어려운 선수다. 하지만 리포트를 진행하며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는 강렬했던 전임자 때문에 ‘나쁘지 않음’이라는 성적표로는 살라디노에게 재계약을 보장해 줄 수 없다. 살라디노가 조금 더 잘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둬야 할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적극적인 타격이다. 모든 선수에게 통용되는 내용이겠지만 살라디노에게는 특히 더 중요하다. 2016시즌 후 살라디노의 뒤에는 ‘타격은 우승권 팀의 주전감은 아니지만, 이 정도의 컨택을 유지한다면 유틸리티 멤버로서의 역할은 충분함’이라는 평가가 붙었다. 하지만 이 평가를 받은 이후인 3년 차부터 눈에 띄게 헛스윙이 늘어났고 컨택 능력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2016~19시즌 살라디노의 컨택 지표(MLB)>

이렇게 갑자기 컨택능력이 무너지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타격 부분에서 언급했듯이, 살라디노는 공을 많이 보는 타자다. 특히 초구는 거의 기다리다시피 한다.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초구 스윙률은 28.9%였다. 살라디노는 지난 시즌 18.3%의 초구 스윙률을 기록했으며 최근 3년으로 범위를 넓혀도 겨우 18.8%에 그쳤다. 그런데 반대로 지난 시즌 루킹 스트라이크 비율은 37.4%로 리그 평균인 29.7%에 비해 8%p가량 높았다. 

한 가지를 더 살펴보면,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던 2년 차 시즌까지 살라디노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던지는 존을 벗어나는 공에 70% 가까운 컨택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다소 부침을 겪은 3년 차 시즌부터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100타석도 들어서지 않은 2019시즌에는 더욱 심각했다.

<2015~2019 살라디노의 아웃존 컨택률(MLB)>

초구를 거의 기다리다시피 하는 타자가 스트라이크도 많이 흘려보내는데 존 바깥 공에 대한 대처마저 점점 무너진다? 좋은 성적을 내려야 낼 수가 없는 조건이다. 그래서 유추해 보자면 ‘칠 공을 너무 기다리다가 제대로 치지도 못하고 존 바깥 유인구에 헛스윙 삼진’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던 것은 아닐까? 

결국 타석에서의 적극성을 조금 더 가진다면 AAA에서처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살라디노는 가장 스윙을 많이 가져가고(Swing% – 48.2%)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타격(초구 Swing% – 24.8%)했던 2016년도에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자신감을 가지고 타석에 임한다면 꽤 좋은 성적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제는 없는 러프, 살라디노를 통해 강한 2번 가능할까? 

살라디노는 아직 KBO 리그에서 한 타석도 나서지 않았다. 아직 그가 어떤 타자인지 확인하기도 전이지만 러프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하는 팬들도 다수 있다. 이전 3년간 러프가 삼성 타선에서 차지했던 비중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새 판을 짜야 할 때다. 

이미 허삼영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올해도 리드오프는 박해민”이라고 밝혔다. 두산의 호세 페르난데스처럼 살라디노가 지난 시즌 트리플A의 모습 그대로 2번을 맡아줄 수 있다면 박해민-살라디노-구자욱-김동엽(이원석)으로 이어지는 상위타선에 확실한 짜임새가 생긴다. 

지난 시즌 팀 내 홈런/타점/OPS 1위였던 러프의 공백을 살라디노 한 명으로 메꾸는 것은 지금으로써는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작년에 저점을 기록했던 선수들의 반등과 동반된다면 그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겨울에는 어느 팀도 우승 후보’라는 말이 있다. 아직 시즌을 시작하지 않았기에 보고 싶은 희망적인 부분만 본다는 우스갯소리에서 비롯된 말이다. 살라디노 역시 현재는 부정적인 성적을 예측할 부분이 딱히 없다. 어쩌면 러프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 누가 러프의 첫 한 달을 보고 삼성 타선의 3년을 책임지리라 예상했을까? 결국 외국인 선수는 시즌이 시작해봐야 아는 법이다. 시즌 개막 전까지 장밋빛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스토브리그를 즐기는 팬들의 권리이자 자유다. 오히려, 살라디노가 그리움을 지워 버리길 기대하자

기록 출처: milb.com, Fangraphs.com, Baseball-Reference.com, MLB.COM

에디터= 야구공작소 양정웅

일러스트=야구공작소 이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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